二.

 

 그 남자 히데요시(秀吉)의 진영으로 보내졌다고는 하여도, 본진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진 동남쪽에 있는 이치죠우다니()의 산 속이었다. 예전 이곳은 에치젠(越前)의 주인이었던 아사쿠라(朝倉) 가문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산림 속에 주춧돌만 남아있음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을 보낸 삼나무들이 많은 이 골짜기의 습도와 옛 성터의 한적한 분위기가 세 소녀의 신경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혀 줄 것이라는 히데요시의 마음씀씀이였음에 틀림이 없었다. 이것은 나중에 차츰 알게 된 것인데, 히데요시라는 인물은 그러한 마음씀씀이가 후한때로는 너무 후하기까지 한 남자인 것 같았다.

 

 히데요시는 무슨 생각인지 곧바로 그녀들과 만나지 않았다. 키타노쇼우(北ノ庄)성(城)을 낙성시킨 후, 카가(加賀)로 진격하여 각지의 성을 항복시키고 노토(能登), 엣츄우(越中)를 굴복시킨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에치젠(越前)으로 돌아왔다. 그 도중 히데요시는 이치죠우다니에 들렸다.

 

 챠챠()님과 만나자

 

 라고 말하였다. 그 만남의 장소는 절이었다. 히데요시는 절의 객관(書院)을 깨끗하게 청소시킨 후 그녀들을 불러서는 자신이 상석에 앉지 않고 자신과 동격의 자리를 주어,

 

 제가 치쿠젠(筑前)이옵니다.”

 

 라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어투도 평소 덜렁대며 명랑한 인물과는 달리 오래된 종을 울렸을 때와 같은 긴 여음(餘音)을 남겼고, 어조는 극히 자연스럽게 젖어 있었다.

 

 무문(武門)의 길이라고는 하여도 어쩔 수 없이 슈리(修理=카츠이에(勝家))와 다투게 되었으며, 더구나 슈리 무운이 다하여 아씨님들의 모친도 함께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는 졸자 너무 슬퍼 드릴 말씀도 없사옵니다.”

 

 라는 듯한 것을 막힘 없이, 더구나 흘러 넘치는듯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씨님들은 고() 우다이진(右大臣=노부나가(信長))님의 조카이십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졸자에게 있어서 주인이 되십니다. 이제부터는…”

 

 하고 히데요시는 말을 한 박자 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돌아가신 우다이진님을 대신하여 이 치쿠젠(筑前)이 지켜드리겠사옵니다

 

 멋진 말솜씨였다. 노부나가(信長)의 이름을 거론함에 따라 히데요시의 행적과 입장은 모두 정의가 되어버렸다. 예전 오우미(近江) 오다니(小谷)() 공격도 노부나가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번 에치젠(越前) 키타노쇼우(北ノ庄) 성의 경우도 이미 노부나가가 죽은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오다(織田) 가문의 후계자를 어느 사람으로 하느냐는 것에 대해 카츠이에와 히데요시의 의견이 서로 달라 그것을 이유로 표면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으로 발전하였다. 즉 쌍방 [사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오다 가문을 위해서] 라는 것이었다. 노부나가의 이름만 이용하면 아자이 나가마사(井 長政)를 멸한 것도, 시바타 카츠이에를 자살로 몰아넣은 것도 히데요시는 아니다. 정의가 그렇게 시킨 것이다.

 그러나 히데요시에게 있어서 이 정의는 꼭 연기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막료들을 뒤돌아보며,

 

 아 아씨님들께서는 내 주인에 해당하시며 또한 불행한 환경에 처해있으시니, 너희들도 그런 것을 마음에 잘 새겨 정성을 다해 모시거라

 

 하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눈물을 흘리며 부하들의 정성을 요구했다. 본심이었다. 히데요시는 언제나 자신의 본심을 남들이 다 볼 수 있게 목의 핏줄처럼 드러내놓고 있는 인물이며 언제나 진심으로, 설령 거짓말을 할 때도 본심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드문 종류의 인물이었다. 성실이라는 것이 일편단심이라는 우둔함이 그에게는 없었으며, 그에게 있어서는 성실도 본심도 그 몸 안에 있는 혈관의 수만큼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죽은 옛 주군을 생각하며 추억할 때는 항상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정도의 충성심을 가졌고,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옛 주군의 정권을 옛 주군의 자식에게 건네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인물로, 실제로 그 끝없는 야망을 위해 병사들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히데요시의 본심인 것이다.

 

 동시에,

 이 아씨를…’

 하고 히데요시는 자기 몸을 욱신거리게 만들 정도로 새하얀 챠챠의 목줄기를 주욱 훑어보며

 품고 심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또한 어김없는 본심으로, 히데요시에게 있어서는 고() 노부나가에 대한 충성심과 조금도 모순이 없었다. 오히려 옛 주군에 대한 동경이 이 욕망을 부채질하였다. 히데요시는 재앙이라고 할 정도로 여자를 좋아하며, 취향은 하천(下賤)한 여성이 아닌 귀족이었다. 귀족의 여성이야말로 이 비천(卑賤) 출신의 남자를 정염으로 불태웠다. 귀족이라고 하여도 그냥 귀족이어서는 안 되었다.

 상급 귀족인 쿠교우(公卿)의 딸은 관심 밖이었다. 쿠교우가 귀족중의 귀족이라고 하여도, 히데요시의 지금까지 인생길로 보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무가귀족(武家貴族)이 아니면 안 되었다. 때문이 이미 히데요시는 쿄우고쿠(京極) 가문 출신의 여성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우키타(宇喜多)()의 후처와도 통하였고, 혼간지(本願寺) 주지(門跡)의 부인과도 몇 번인가 연을 가졌지만, 그러나 히데요시의 실감 속에서의 귀족이라고 하면 누가 뭐라 하건 오다 가문이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웃긴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오다 가문 같은 것은 노부나가의 부친 대가 되어서야 갑자기 오와리(尾張) 반 정도의 주인이 된 신흥 다이묘우(大名)에 지나지 않았고, 그 선조가 뭐 하던 사람이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원숭이라 불렸던 밑바닥 즈음부터의 주인 가문으로, 오다 가문의 가족들이라고 하면 그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의 사람이었다. 그 가문의 딸들은 그에게 있어서 신과 같이 성스러웠고,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미칠 듯이 아름다웠다. 가령 오다 가문의 여성 한 명이라도 품을 수 있다면 천명의 미녀를 포기하여도 후회가 없어, 이런 마음이 설사 천하고 비열할지라도, 동경이라는 점에서는 옛 주군에 대한 충성심과 같은 뿌리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 아씨의 모친도 아름다우셨지

 하고 카츠이에와 함께 불타는 키타노쇼우(北ノ庄)()에서 죽은 오이치() 부인을 생각하였다. 오이치는 희대의 미녀라 불릴 정도의 절색으로, 히데요시는 예전 이루지 못할 바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맘속으로 그것을 바랬다. 그 딸이 미모는 조금 떨어질지 모른다고 해도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하고 오다 가문에 대한 동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 언젠가 이 소녀와 이루어 지게 될 이불 속에서의 여러가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당사자인 챠챠는 눈을 내리깔고 히데요시를 한 번 쳐다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남자라고?’

 챠챠는 다소 이외였다. 자기에게 그렇게까지 위해를 계속 가해왔던 인물치고는, 그냥 길거리에서 놀고 있는 동네 꼬마들처럼 천진난만하고, 명랑하게 떠들며 거리낌 없이 큰소리로 웃었고,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한여름의 하늘과 같이 맑아, 어딘가 얼이라도 빠진 듯한 남자였다. 이런 것에당혹했다.

 그 남자가 아니다

 라고 까지 생각했다. 그 남자라는 것은, 꼬꼬마 시절 자신의 오다니(小谷)()을 공격해서 무너뜨린 저 요코야마(山)성(城)오다니 성()을 감시하던 성 의 성주 토우키치로우(藤吉)는 이 남자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챠챠는 토오키치로우라는 남자의 별다른 모습을 뿌리박은 채 계속 자라왔건만 이 눈앞의 남자가 아니었다.

 

 저분은 좋은 분이십니다

 

 하고 나중에 말을 꺼낸 것은, 예전 토오키치로우에 대한 별개의 인상을 챠챠에게 계속 주입해 왔었던 유모였다. 유모는 서서히 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변한 듯했다. 이 즈음 태도도 묘하게 밝아져 히데요시에 대한 것을 자주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예찬 가득한 형용사가 들어가, 명백히 챠챠가 히데요시를 좋아하게 만들고자 하고 있는 듯 했다.

 왜 이러지?’

 하고 챠챠는 생각하지 않았다. 챠챠는 이런 점에서 자라온 환경에 있을 법한 둔감함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챠챠가 눈치챈 것은 유모의 의복이 어느새 비싸고 화려한 것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유모는 어느새 자신의 고향 탄바(丹波)의 오오노(大野)에서 자식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유모는 탄바 오오노의 토착 사무라이(地侍)인 오오노 슈리노스케(大野修理亮)의 부인으로, 오다니 성()에 있었을 즈음에는 슈리노스케도 아자이 가문의 신하였지만, 낙성 후 그들은 탄바로 돌아갔었다. 남편은 그 후 병으로 죽었지만, 두 아이들은 무사히 성인이 되어, 장남은 이미 20살이 가까워져서는 오오노 하루나가(大野 冶長)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탄바의 오오노라는 곳은 미야즈(宮津) 서쪽 산기슭에 있는 마을이었지. 맞어마을 근처에 타케노가와(竹野川)라는 강이 흘러 작은 계속을 만들고 있지

 

 하고 히데요시는 이 유모만 단독으로 불렀을 때 그렇게 그녀의 출신지에 대해 말했다. 히데요시는 탄바 오오노 같은 곳에 대해 몰랐었지만 마침 그 휘하에 있던 탄바의 다이묘우 호소카와 유우사이(細川 幽)에게 물어서 미리 지식을 얻어 놓고 있었다. 이에 유모는 감동을 먹었다. 그런 산골에 대한 것까지 알고 있다는 것에 갑자기 친근감이 들었다.

 

 자식은 있는가?”

 

 하고 히데요시는 물었다.

 

 있사옵니다

 

 하고 답하자,

 

 자네의 아이라면 똑똑하겠군. 이쪽으로 데려오시게. 내 친위대(馬廻)에 넣어주고서는 기량을 보아 나중에 높은 위치에 두고서 크게 쓰겠네

 

 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고마운 일이

 유모는 이날부터 몸 안의 내장이 바뀌기라도 한 듯이 사람이 변했다. 곧바로 파발꾼(飛脚)을 고향으로 보내었고, 유모의 자식들을 탄바 미야즈 항(港)에서 배로 에치젠(越前) 미쿠니() 에 입항해서는 빨리도 왔다. 히데요시는 약속대로 그 두 형제를 부하로 삼았다.

 챠챠는 신경질적인 면이 있는 그렇기에 그 눈은 언제나 빈틈없이 깜빡이며, 항상 반짝반짝 하고 괴이한 광채를 머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모의 자식이 히데요시의 부하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그것과 유모의 태도 변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종류의 지혜는 어째서인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천성이라 할까? 그러한 것이 결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녀들은 오오사카(大坂) ()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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